얼마 전 아무생각 없이 TV 채널을 돌리다가 의사들이 모여 질병에 대해 말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대화 주제가 흑색종 이었는데요.
의사들이 말하기를 성인이 되어 생긴 점은 흑색종일 수 있다. 특히 손 끝, 발 끝 같은 신체 말단에 생기면 확인해봐야 한다 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멍 하니 보다가 퍼뜩 발바닥의 점이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제 발바닥에는 검은색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생긴지는 2년 정도 되었고 아무런 통증이 없어 그냥 놔두고 있었는데요. TV의사들이 흑색종! 암 ! 생존확률 30% ! 이러니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신경도 안 쓰고 살았던 발바닥이 갑자기 아파오는 기분이었어요.
흑색종이 맞나 눈을 부릅뜨고 봤지만 제가 알 수 있는게 있나요. 그대로 동네 피부과로 갔습니다.
흑색종 조직검사 후기
1. 흑색종 검사 피부과 찾기
저는 피부 질환 전문가를 만나고 싶었는데요. 피부과를 검색했더니 다들 여드름, 피부마사지, 주사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의학 전문으로 보는 피부과를 고르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미용목적이 아닌 피부 질환 전문 피부과를 찾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부 미용 광고를 띄워놓았으면 거를 것
2)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미용 전문인지 살펴볼 것
3) 가격 탭을 눌렀을 때 각종 시술 비용이 적혀 있으면 거를 것
4) 리뷰에 미용 시술 관련 리뷰가 있으면 거를 것
5) 리뷰에 어린이, 청소년 여드름 리뷰가 있으면 거를 것
6) 리뷰가 별로 없어도 내용이 점잖고 ‘명의십니다’ ‘쓸데없는 설명이 없습니다’ ‘차분하게 설명을 잘 해주십니다’ 이런 내용이 있으면 좋다
2. 전화해서 내가 원하는 진료를 봐주는지 확인하기
괜찮아 보이는 피부과를 발견했으면 이제 전화를 해봐야 합니다. 전화해서 내가 원하는 진료를 봐 줄 수 있는지 미리 물어봅니다.
저는 발바닥 점이 흑색종인지 아닌지 궁금했기 때문에 전화로 ‘발바닥에 점이 있는데 뭔지 궁금해서요. 검사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고 물으니 오라고 하셨습니다.
무턱대고 방문했다가 뺀찌 맞을 수 있으니 꼭 전화걸어 확인합시다.
3. 점심시간 이전에 방문
병원은 항상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오전에 일찍 방문했습니다. 일찍 갔는데도 사람이 많더라고요? 사람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연령대가 40대 이상 중년들이어서 믿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테리어도 시술, 주사 이런 광고 없이 차분한 브라운톤 병원이라 안심되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많고 피부 미용 시술하는 병원이 나쁜 건 아니지만, 나는 피부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검사받는 건데 좀 조용한 곳에서 검사받고 싶었거든요.
4. 점 사진 촬영, 의사 육안 검사
차례가 되어 들어가서 발바닥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사진을 찍고 자세히 관찰하셨는데요. 흑색종 관련 서적을 뒤적이시더니 암은 아닌 것 같은데…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말만 들어도 상당히 안심이 되었습니다. 전문가 눈에 딱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니까요. 하지만 의사도 사람인지라 100% 확신은 못합니다. 조직검사를 해봐야지 흑색종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소견서를 하나 받았습니다. 분당서울병원, 삼성병원 이런데 가서 조직검사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분당서울병원은 검사결과가 좀 늦게 나올 수 있고, 아싸리 서울에 있는 삼성병원이 더 빨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하고 피부 검진비로 6,000원을 내었습니다. 상담료가 저렴하네요.
흑색종 사진과 흑색종 아닌 사진
검사 결과 저는 흑색종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다행이죠. 처음 검사 때 의사선생님이 아닌 것 같다 해서 받지 말을까… 하다가 그래도 불안해 하느니 확실히 하는게 좋을 것 같아 삼성병원에서 검사받았습니다.
아니라고 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한바탕 마음을 졸이고 나니 진짜 흑색종인 점과 아닌 점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찾아 모아보았습니다. 내 몸에 생긴 점이 흑색종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아래 사진과 비슷한지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암이란 것이 워낙 임상이 다양해서, 흑색종처럼 생겼어도 검사해 보니 아닐 수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보통 손발톱에 일자로 검은색 줄이 생기면 흑색종이라고 하는데… 제 친구는 엄지발톱 반이 새까매질 정도로 생겨 발톱 뽑고 난리친 결과 그냥 점이었습니다…
흑색종 사진, 조직검사 정리
이렇게 발바닥에 생긴 점 검사 후기를 적어보았습니다. 다행히 흑색종은 아닌 걸로 판명되었습니다.
만약 흑색종으로 의심되는 점을 발견한다면, 주변에 피부과 질환 전문 병원에서 일차적으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미용, 여드름 치료 전문 병원은 거르는게 좋겠습니다.
병원 인테리어 사진과 리뷰를 자세히 읽어보아 미용, 주사, 여드름, 마사지 이런 내용이 보이면 가지 마시고, 리뷰가 적더라도 인테리어가 차분하고 뭔가 중년이 쓴 것 같은 리뷰가 많은 병원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의사라도 흑색종 확진은 눈으로는 불가능하니, 일차적으로 소견서를 받아 큰 대학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받는 것이 확실할 것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확진이 나오기까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던 나날이었습니다. 지나고 나니 건강에 비하면 다른 고민들은 무척 하찮게 느껴졌어요. 이전까지는 돈 걱정, 커리어 걱정, 다이어트 걱정 등이 많았는데 암 걱정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너무 미래만 보지 말고 현재에 만족하며 주어진 것을 최대한 누리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결심한 하루였네요.
이상으로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