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년전 2014년에 라섹 수술을 했었습니다. 그 때 라식이 아닌 라섹을 선택한 이유는 ‘각막을 덜 깎는다’라는 의사의 설명에 혹했기 때문입니다.
어찌됬든 신체 일부분인데 최대한 아껴야 하지 않겠는가의 생각으로 가격도 더 비싼 라섹을 선택했습니다. 가격은 10년 전 강남 안과 기준 라식이 150만원, 라섹이 230만원이었는데요, 아무 말 없이 수술비를 지원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섹 10년 후기
저는 유치원 때 부터 안경을 쓴 극악의 고도난시였습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책에 코를 박고 읽는 습관이 들어 눈이 점점 더 나빠졌죠. 26살에 시력이 -8.0이 되었고 안경은 렌즈를 세 번 압축한 엄청나게 고가의 안경을 썼으며, 그 안경 없이는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눈 뜬 장님 생활에 지쳐 라섹을 딱 하니, 시력이 단번에 양안 1.5로 상승되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1달 동안은 무척 아팠지만, 딱 1달이 지나 눈이 모두 아물자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지긋지긋한 안경은 옷장에 박아두고 신나게 쏘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 멀리를 봐도 아파트 옥상 귀퉁이까지 선명하게 보이니 감동해 울고 싶어졌습니다. 진짜 현대의학에 감사하면서 눈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래서 인공눈물과 비타민이 첨가된 안약을 열심히 넣으며 약 3개월 간은 열심히 관리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지며 새벽까지 유튜브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요. 놀랍게도 제 눈의 시력은 아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라섹 한 지 10년이 넘게 지났기 때문에 처음 1.5를 유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약간 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1.0 수준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 정도 세월이 지나면 다시 떨어져 안경을 착용한다고 하는데요, 전 20대 중반해 해서 지금 30대 후반인데 그냥 맨눈으로 다니고 있으니까요.
물론 라섹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부작용 증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라섹 10년 후 부작용
안구건조증
저는 라섹 수술 전에도 안구건조증이 있었습니다. 라섹 전 안구건조증이 있는지 테스트를 하는데요, 저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이었습니다. 검사해 주신 의사선생님도 눈이 너무 건조하다며 걱정하셨는데요. 그래도 어쨌든 합격선이여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라섹 후에는 건조증이 더욱 심해져 아침에 일어날 때 마다 눈알에 모래가 굴러다니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인공눈물과 안연고를 수시로 투여해야 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처음과 같은 통증은 없지만, 안구건조증은 아직 유효합니다. 아침과 밤에 눈이 뻑뻑하고, 먼지가 많은 날이면 더 건조해져 통증이 일어납니다. 그냥 인공누액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야맹증
야맹증은 밤 눈이 어두운 증상입니다. 대표적인 라섹 부작용인데요. 원래 야맹증이 없었는데 라섹 후 생겼습니다. 밤에 길을 갈 때 줄지어 선 가로등이 하나라도 꺼져있으면 급속도로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냥 걸어다닐 땐 괜찮은데 문제는 운전할 때 입니다. 옆에서 오는 차를 못 봐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밤에 수 많은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키고 있는데 옆차가 빨간색이라 빛에 반사되어 더 안보였던 것이죠. 어쩔 수 없이 보험처리를 했습니다. 그 후 밤에 운전하는 것이 꺼려지더라고요.
난시
난시도 원래 가지고 있던 증상이라 라섹 부작용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네요. 라섹 직후에는 난시도 사라진 느낌어었는데요. 시간이 지나자 다시 증상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낮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밤에 빛이 퍼져보이는 증상이 심해 다니기가 좀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난시 교정을 위한 안경은 딱히 끼고 있지 않습니다.
라섹 재수술 여부
저는 각막이 매우 두껍기 때문에 라식이나 라섹을 한 번 더 해도 됩니다. 라섹 각막 최소두께가 200 정도인데 저는 700이 넘거든요. 안구건조증 때문에 10대 때 렌즈를 전혀 안 꼈더니 각막이 잘 보존된 것 같습니다. (렌즈 끼면 각막이 깎여 얇아짐) 그래서 시력이 0.1 정도로 내려가 안경을 써야 한다면 저는 다시 라식 혹은 라섹을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정도는 아니라 그냥 살고 있습니다.
라섹 재수술한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너무 고도근시에 각막 두께가 얇고 평소 책, 컴퓨터, 스마트폰을 많이 하면 첫 라섹 후 2년만에 시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각막두께가 충분히 두꺼운 사람은 극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저는 각막이 남들보다 아주 두꺼운 편이라 고도근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력저하가 미미하고, 다만 라섹 부작용인 안구건조와 빛번짐만 느끼는 정도입니다.
라섹 10년 후 결과
실제 라섹 하고 세월도 오래 지나 보니, 타고난 유전적 장점이 수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배는 두꺼운 각막 덕분에 라섹의 장점을 충분이 누리고 있으니까요.
라섹 후 생기는 안구건조증이나 빛번짐은 그냥 감수해야 합니다. 저는 안경을 안 쓰는 장점이 너무 좋아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직 10대 라면, 이후 라식이나 라섹수술을 고려중이라면 각막을 최대한 보존하는것을 추천합니다. 각막 두께 보존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렌즈 끼지 말기(소프트, 하드 모두) – 렌즈가 각막을 깎음
- 속눈썹이 눈을 찌른다면 수술 할 것 – 각막에 상처를 내 두께를 얇게 만듬
- 2시간 마다 한번씩 휴식 –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더라도 2시간에 한번씩은 쉬면서 먼 산 보기
- 햇빛이 강한 날 선글라스 끼기 – 자외선은 눈도 손상시킴
앞으로 10년은 더 버티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그래도 저희 집안은 녹내장같은 안과질환도 없고 눈도 튼튼한 편이라 다행인 것 같네요. 결론은 유전자가 깡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