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강아지와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어디 갈가 이리저리 보다가 갑자기 강릉에 꽂혀버려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테라로사로 유명한 강릉… 하지만 저는 테라로사 보다는 고수가 하는 작은 카페를 타깃으로 잡고 강릉으로 출발했습니다. 막 철저하게 계획하고 간 여행은 아니고 러프하게 계획 짜고 그때 그때 일정을 추가했습니다.
강아지와 1박 2일 강릉여행 코스 추천
1일차 )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 → 세자매 식당 → 바우커피 → 숙소 → 곶 카페 → 사천물회
2일차 ) 브런치 카페 → 알파카 농장
강릉은 카페로 유명하죠. 우리나라 1대 바리스타 3명이 어쩐 연유인지 강릉에 자리잡기로 마음먹었고, 그 이후 강릉이 카페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대 바리스타가 하는 카페가 바로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였는데요. 저도 어디서 무척 맛있고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세자매 식당은 사실 다른 음식점을 가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못 먹는 바람에 대신 가게 된 식당이었습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아주머니들이 하시는 식당이었는데 진짜 맛있었습니다.
바우커피는 세자매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유명한 카페입니다. 시그니처 커피가 유명한데요. 강아지 동반 가능이라 좋았습니다.
바우커피까지 가고 난 후 숙소로 갔는데요. 제가 간 곳은 애견동반 가능한 베이스캠프 라는 숙소였습니다. 강아지 동반이라 좋긴 했는데 숙소 퀄리티는… 음…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곶 카페는 숙소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라, 시간이 남아 방문했던 카페입니다. 강릉은 가고 싶은 곳이 모두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좋더라고요. 곶 카페는 바다 근처의 커다란 3층짜리 커피숖입니다. 엄청 크고 쾌적했습니다. 배가 불러 여기서 음료를 마시지는 않았지만 인테리어가 이뻐서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곶 카페까지 가는 길이 재미있었습니다.
사천물회는 숙소 근처 양미리 어촌 근처에 있는 횟집이었는데요. 가격이 제법 비쌌습니다. 그래도 강릉까지 간 김에 회는 먹어야 되지 않나 싶어서 방문했습니다. 가격대는 높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푸짐하게 나오고 맛있더라고요.
2일차는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근처에 있는 알파카 아기동물 농장에 방문했습니다.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7분거리에 있어서 가게 되었어요. 알파카와 사슴, 타조, 말, 소 등 각종 동물들을 가까이 볼 수 있고 먹이도 직접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강아지와 1박 2일 강릉여행 후기
1.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
차 끌고 강릉 도착하자마자 바로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로 갔습니다. 방문 당시 오전 10시인가 11시인가 그랬는데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벌써부터 문 밖까지 길게 웨이팅 줄이 있더라고요. 강아지를 안고 갔다가 깜짝 놀라 잠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보헤미안 커피는 2층에 있습니다.
강아지를 입구에 묶어두고 고민했습니다. 어찌해야 하나… 다시 들어가 보자 다행히 키오스크에서 테이크아웃 하는 건 바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많으면 안에서 먹는 건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테이크아웃은 테라스에서 먹을 수 있어 괜찮았습니다.
저는 강아지도 있고 다행히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 테이크 아웃으로 결정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원두도 따로 파는지 곳곳에 굿즈가 가득했습니다. 저는 콩고산 원두를 사용한 드립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신 맛이 나는 커피를 싫어하는데 콩고산 원두는 아주 진하고 고소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양을 좀 많이 주셨으면 좋았을걸… 드립커피 자체가 양이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내부에 드립커피백을 몇 종류 팔길래 안 신 원두 위주로 사고, 커피를 받아서 테라스로 나왔습니다. 12월달 이긴 했지만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지 확실히 덜 추웠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밖에서 버틸만 했어요.
강아지를 옆에 묶어두고 커피를 즐겼습니다.
테라스 바닥에 새똥이 잔뜩 떨여져있어서 왜그런가 봤더니 열매가 열린 나무가 있더라고요. 새들이 먹고 간 흔적인 것 같았습니다.
담벼락을 따라 늘어진 가지와 멍때리고 있는 강아지….
커피를 다 마신 후 점심을 먹기위해 나섰습니다.
2. 세자매식당
원래는 바로 옆의 추어탕 맛집을 가려고 했는데 1인은 받아주지 않아서 못 갔습니다. 사람 엄청 많아서 맛있어 보였는데 아쉬웠어요. 대신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세자매식당 이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가까운데 일요일에 문 여는 식당이 그곳 뿐이라 갔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습니다.
1인당 15,000원인 생선구이 정식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생선은 둘째치고 밑반찬이랑 배춧국이 너무 맛있었어요. 너무 짜지도 않도 달지도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 입맛에 딱이었습니다. 모든 반찬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어요. 고등어도 엄청 커서 반만 먹어도 충분했습니다.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셨어요. 반찬 더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해주시고. 제가 많이 먹는 스타일이었으면 더 달라고 했을텐데 너무 배불러서 더는 못 먹었습니다.
식당 앞에는 영진해변이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밥 먹고 바로 산책하기 딱이더라고요. 강아지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거닐었습니다.
바닷바람이 부는데도 하나도 춥지 않았어요. 사람들도 제법 많았고 맨발로 걷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도 좀 오래 산책하고 싶었는데, 한동안 잘 놀던 강아지가 갑자기 해변으로 내보내는 폐수를 마시는 바람에 바로 잡아서 카페로 이동했습니다.
3. 바우 커피
2차로 방문한 커피는 바우 커피입니다. 여기도 맛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방문했습니다. 시그니쳐 흑임자 라떼가 있어서 시켜보았습니다. 뭔가 커피 같은데 커피같지 않은 그런 느낌?
다행히 애견 오케이라 강아지랑 같이 안에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카페가 제법 인기가 많은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는데요, 오는 손님들마다 강아지를 아주 예뻐해 주셨습니다.
4. 양미리 항구
바우 커피에서 흑임자 커피 한 잔 마시고 숙소로 출발했습니다. 3시 체크인인데 1시 반에 도착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걷다 보니 나온 바닷가 항구입니다. 작은 항구에 어선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항구를 따라 횟집들이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배들이 들어오는 바다를 보자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정박되어 있는 어선. 그리고 건물에 저런 생선 엮은 모습이 붙어있었는데 저게 양미리입니다.
불 피우고 양미리를 구워먹고 있던 어부아저씨들. 찍지는 못했지만 강아지가 귀엽다며 구운 양미리를 나눠주셨습니다. 넙죽넙죽 잘 받아먹던 강아지….
강원도 분들은 정말 친절한 것 같아요.
길을 계속 걷다보니 동네 미용실이 나왔습니다. 가격이 궁금해서 염색을 물어보니 4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시골동네다 보니 풀어키우는 개들이 많았는데요. 산책 중 어떤 강아지가 다가와 아는척을 했습니다. 아주 똥꼬에 코를 박고 떨어질 줄을 모르더라고요.
계속 쫄쫄 따라오는 동네 개… 어디까지 따라오나 걱정했는데 건널목에서 알아서 뒤로 돌아 집으로 가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차에 치일까봐 걱정했는데 그러지도 않고 아주 능숙하게 길을 건너더라고요.
5. 곶 커피 가는 길
정처없이 걷다가 근처 어디 앉을 데 없나 검색해보았습니다. 곶 커피라는 큰 카페가 있는걸 보고 거기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걸어서 20분 거리길래 시간도 많은데 그냥 걸어기기로 하였습니다.
곶 커피를 가는 길은 동네를 통과하는 길이었습니다. 낮선 사람(개)가 등장하자 동네 강아지들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건들지 말라는 팻말을 발견하고 웃겨서 찍었어요. 얼마나 사람들이 건들었길래….
길을 걷던 중 커다란 골댕이가 아무소리도 안 내고 차 뒤에 앉아있는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진짜 그냥 스윽 나타났어요.
골댕이는 심심한지 우리 강아지를 보고 놀자고 낑낑거렸습니다. 체급차이가 많이 나는 우리 강아지는 무서운지 으르렁 거렸습니다.
결국 서로 데면데면 하다 각자 갈 길 갔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카페 곳….. 3층짜리 엄청 큰 카페였어요.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통유리창 덕분에 바다가 훤히 보여 진짜 시원했습니다. 곧 크리스마스라 트리장식도 중간에 딱 있더라고요.
무려 화장실도 오션뷰인 것이다… 1층보다 2층이 바다가 더 잘 보였습니다.
뭔가 먹어볼까 했지만 강아지가 들어갈 수 없었고 또 배가 안 꺼졌기에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6. 숙소 강릉 애견동반 베이스캠프
곳 카페까지 구경 후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3시에 딱 맞게 들어갔어요. 숙소 가격은 1박 4만원 이고, 강아지 동반이면 2만원 추가였습니다. 또 강아지가 이불에 오줌 쌀 거 대비해서 보증금을 3만원 내야 했습니다.
제가 예약한 곳은 침대가 있는 방이었는데 거긴 춥다며 토퍼가 깔린 방으로 바꿔주셨는데요, 방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토퍼가 너무 낡아 누우니까 허리가 방바닥에 닿더라고요.
덕분에 허리가 시큰한 밤을 보냈습니다. 너무 낡은 토퍼만 아니었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 숙소인데 잠자리가 불편해서 별점은 1점입니다.
잠시 휴식하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숙소 근처의 사천포구라는 식당에서 물회를 시켜먹었습니다. 저렇게 물회 한 상 차림에 22,000원 이었습니다. 조금 비쌌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인상적이었던게 사천포구가 밥먹는데 가스펠을 틀어주더라고요. 거룩하게 사시미를 떴을 주방장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7. 2일차 – 브런치 카페 크림하우스
강릉 애견동반 베이스캠프 체크아웃 시간은 11시 입니다. 11시에 딱 맞춰 내려와 체크아웃하고 보증금 3만원을 돌려보냈습니다. 시간상 딱 브런치 먹기 좋은 시간이라, 근처 브런치집을 검색해 방문하였습니다.
브런치로 스프와 와플, 아이스커피를 먹었습니다. 더 많이 나오는 것도 있었는데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간단한 걸로 주문했습니다.
스프가 감자스프였는데 맛있더라고요. 아이스커피도 시지 않고 딱 입맛에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브런치를 먹고 마지막으로 근처 알파카 아기동물 농장에 방문하였습니다. 사실 바로 서울로 가려다 뭔가 아쉬워서 즉석에서 내린 결정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강릉의 장점은 관광포인트가 가깝게 있다는 것입니다. 크림하우스에서 강릉 알파카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8. 2일차 – 강릉 알파카
강릉 알파카 농장의 입장료는 10000원입니다. 만원에 동물들 나눠줄 사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들어가 보니 알파카 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들을 키우고 있었는데요. 동물들이 다들 토실토실하게 살찐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도 먹이를 주니 사람을 전혀 무서워 하지 않고 오히려 돌진해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리들이 날 보고 단체로 달려오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와 염소, 사슴의 콜라보.
백록과 꽃사슴이 있었는데 사슴이 사람을 이렇게 잘 따르다니…. 신기했습니다. 오히려 밥 달라며 머리를 막 들이밀면서 채근하더라고요.
무섭게 앉아있는 염소 ㅋㅋㅋ 알파카는 귀여운 애들도 있었는데 좀 큰 애들은 뭔가 일본 야쿠자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알파카 이름이 보람이? 이렇더라고요. 보람이 보다는 야마구치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그리고 열심히 먹고 있던 람쥐썬더. 람쥐썬더는 못 참지.
람쥐들도 저를 보자 밥 달라며 돌진해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편하게 앉아 있는 사슴과 세수 안 한 닭, 그리고 공작비둘기.
얼굴 시커먼 애들은 대가리를 하도 움직여대서 사진 찍기가 힘들었습니다. 공작비둘기는 닉값하는 긴 장식꼬리가 달려 있어 이쁘더라고요.
확실히 새들이 경계심이 많은게 밥 주나 싶어서 우르르 왔다가 밥을 바로 안 주면 슬금 슬금 도망갑니다.
강아지와 1박 2일 강릉여행 비용
내용 | 금액 |
주유비 | 60000 |
숙박비 | 60000 |
세자매식당 | 15000 |
물회 | 22000 |
브런치 | 18000 |
칫솔 | 2200 |
알파카농장 | 10000 |
보헤미안커피 | 8000 |
보헤미안커피 드립백 | 7000 |
총계 | 202200 |
1박 2일 강아지와 함께 한 강릉 여행비용을 모두 합쳐보니 대략 20만원이 나왔습니다. 주유비와 숙박비가 가장 많이 들어갔습니다. 만약 혼자갔으면 강아지 추가요금 2만원이 안 들었을 테니 18만원 선으로 나올 것 같네요. 강릉여행 1박 2일이 20만원이면 잘 다녀온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요즘 시세에 관광지 위주로 다녔는데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음식값을 좀 비싸게 준 것 같긴 한데… 그냥 너무 찾지 않고 가까운 거리 내에서 먹고싶은걸 먹었습니다.
이렇게 혼자 1박 2일 강아지와 함께한 강릉여행기였습니다. 연말에 강아지와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네요. 그리고 저는 강원도 음식이 입맛에 맞나 봅니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달지도 않고, 딱 균형있는 간에 싱싱한 맛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강원도에 먹을 거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진짜 그런지 알았는데 역시 실제로 가서 체험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 상 진짜 먹을 게 없던 곳은 경주였습니다..ㅎㅎ
이렇게 1박 2일 강릉 여행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똑같이 1박 2일 여행을 계획중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특히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는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